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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9 01:36

로즈볼 퍼레이드에서 엿보는 이벤트 세계

이광용(부산이벤트협회 회장 | (주)코리아이벤트 대표이사)


‘로즈 볼 퍼레이드’는 지난 1890년 시작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려한 새해맞이 퍼레이드다. 퍼레이드에 이어 벌어지는 ‘로즈 볼’이라는 대학 풋볼 경기가 미국인들을 열광시키는 데다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꽃차로 더욱 유명해진 행사다. 축제는 문화를 뛰어넘는 산업임을 증명해주는 행사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축제의 천국이라 할 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축제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이름난 축제를 만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 축제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너무나 다양한 요구들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만 보인다. 주민의 화합, 문화의 향상, 지역 계층에 대한 배려, 거기에 자치단체장의 공적 부각까지……. 작은 예산, 짧은 기간, 열악한 전문 인력이 만드는 축제에 요구하는 사항은 너무도 많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 나열식 삼류문화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사고와 행정적 장애요소로 인해 그 가치가 빛을 잃어 가는 축제들이 있음을 아쉬워한다. 미국의 로즈 볼 퍼레이드를 예로 살펴봄으로써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 미 최대 신년맞이 축제…평화와 자유 메시지 전달

‘로즈 볼 퍼레이드’는 지난 1890년 시작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려한 새해맞이 퍼레이드다. 퍼레이드에 이어 벌어지는 ‘로즈 볼’이라는 대학 풋볼 경기가 미국인들을 열광시키는 데다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꽃차로 더욱 유명해진 세계적 행사다. 축제는 문화를 뛰어넘는 산업임을 증명해주는 행사이기도 한다. 현지시간으로 매년 1월 1일 오전 8시 LA 인근 오렌지 블루버드를 출발해 패서디나까지, 온갖 색의 꽃잎으로 치장된 꽃차들은 2시간에 걸쳐 약 9㎞를 행진하며 세계에 평화와 자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올해는 전 세계 3억 5000여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107개 단체가 꽃차와 마칭밴드 등이 출전했다.

올해 로즈 퍼레이드에는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꽃차가 참가하기도 했다. 로즈 볼 퍼레이드 한인축제위원회(총대회장 토마스 정)는 ‘한인의 유구한 역사와 미래 지향(Proud Past, Promising Future)’이란 주제의 꽃차 디자인을 정했다.

토마스 정은 “한인사회 일부에서는 남대문 앞에 서 있는 수문장보다는 한국의 역사적 인물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짧은 시간에 한국을 상징하는 강한 인상을 심어 주어야 수상을 할 수 있는 대회 특성상, 대담한 가운데 불균형미를 갖춘 원안대로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인 꽃차는 높이 28피트, 너비 18피트, 길이 55피트의 초대형 규모로, 한인사회를 상징하는 인물과 어린이 합창단 등 최고 28명까지 탑승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여기엔 축구스타 홍명보, 미국 국적 한국인으로 올림픽 다이빙에서 2연패를 이룬 세미 리, 태권도복을 입은 소년 등과 함께 꽃차에 오른 박찬호는 교민과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고 밝은 웃음으로 답례했다. 이 장면은 CBS를 통해 우리에게도 소개되면서 로즈 볼 퍼레이드가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 분야별 전문화된 상시 시스템 운영

1890년 1월 1일, 패사디나의 주민들은 자녀들의 장난감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말과 마차를 집에서 키운 꽃으로 장식해 퍼레이드를 벌이고, 그 날 오후에는 로스 로블레스 동쪽의 마을 공터에서 5000명의 마을 사람과 관광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토너먼트를 치렀다. 동네 잔치였던 이 토너먼트가 신년을 여는 행사로 미 전국이 함께 축하하는 로즈 퍼레이드의 전통으로 자리잡으리라고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1904년에는 <벤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전차 경기가 추가되는가 하면 로즈 퀸과 프린세스, 그랜드 마샬이 더해지면서 해를 거듭함에 따라 그 규모가 커졌고, 국제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 퍼레이드는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장미축제를 캘리포니아 판으로 변형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축제 준비에서 진행까지 참여하는 자원봉사 인원은 약 2만 명에 이른다. 각 분야별로 이미 전문화된 상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한 대의 퍼레이드카를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이 한 달 전부터 각 분야별로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페스티벌 컨셉카 한 대를 완성한다. 그 완성된 컨셉카는 공동체 힘의 결과이며, 그들만의 상상력과 예술문화를 표현하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 개의 다른 팀과 당당히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축제는 완성되고 아름다운 문화공동체를 실현한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결과인데 그들은 그를 통해 돈까지 번다. 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신나는 일이 아닌가?

패사디나의 중심은 올드 패사디나로서 콜로라도 블러바드에서부터 14블록에 걸쳐 1990년대의 풍경을 볼 수 있으며, 거기엔 미용실·의상·레스토랑·커피숍 그리고 골동품과 희귀한 책을 파는 상점 등이 있다. 오렌지 그로브 블러바드(Orange Grove Boulevard), 콜로라도 블러바드(Colorado Boulevard)와 시에라 마드레 블러바드(Sierra Madre Boulevard)에 이르는 5.5마일의 구간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는 수십 개의 거대한 꽃마차, 기마행렬, 수십 개의 행진악단이 퍼레이드에 참여해,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로즈 볼 퍼레이드는 매년 1월 1일 오전 8시, 동부 시간으로 오전 11시에 시작하고, ABC·CBS·NBC·KTLA·KVEA·KMEX에서는 로즈 볼 퍼레이드를 라이브로 중계 방송한다.

● 마케팅적 요소 가미하여 경쟁력 확보해야

로즈 볼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면 화려하게 장식된 꽃차들은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된다. 출품작들은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와 패서디나의 워싱턴 블러바드(Washington Boulevards)에서 전시된다.

로즈 볼 퍼레이드는 축제들은 정치적, 행정적 요소 없이 오직 지역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꾸려나간다. 결국 축제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공동체의 결집을 위해 유용하고 실질적인 수단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자유와 인간의 개성이 어우러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 속에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며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데모크라시한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지방단체장이 바뀌어도 변함 없는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축제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제천의식과 제례의식을 통해 신명의 뿌리를 만들어왔다. 준비에서 진행 과정까지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어 삶에서 녹아난 얼과 몸짓이 즐거운 가치로 창조되었고, 이를 신명이라 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축제에는 주인이 없다. 특정다수가 펼쳐놓은 마당에 스스로가 구경꾼이 되려 하고 결과에 대해 신랄한 비평만 하려 한다.

축제의 본질은 개성과 자유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느끼고 즐겨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축제는 획일적이고 통제적이며 보기만을 강요한다. 이것은 결코 유익하지 못하다. 주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반목과 갈등을 넘어 가슴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기가 막힌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문화의 전승 생명체이므로, 복잡한 상징성과 다양한 개성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지역축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려면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이해하고 동시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과 동일 선상에서 축제를 생각하고 수용하여야 한다. 또한 지역민의 공통이념과 현실적 삶의 모습, 미래 지향성, 문화의 이해 정도 등이 참작되어야 한다.

지역 발생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역량이 응집되고 전승되어야 바람직한 축제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전승 축제의 주인인 지역주민 스스로가 그 마을의 종교나 역사성을 인식하고 원형과 변형을 조화롭게 구성하여 현대사회에 적용 가능한 전통축제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만 강조한다면 축제는 실패한다. 로즈 볼 퍼레이드가 가지고 있는 철저한 상업성을 경시하여서는 안 된다. 유연한 사고로 보고 즐기는 대중성을 담보로 마케팅적 요소를 가미하여 경쟁력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베어 있는 축제를 보기 위해 인천공항에 줄지어 입국하고, 축제 장소에 진을 치고, 우리의 문화에 외국인들이 감탄하며, 원더풀을 연발하는 그런 장면을 꿈꾸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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