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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16:32

녹색관광 (Green tourism)도농 융화의 유효한 대안

 

녹색관광---고향으로 기우는 심성(鄕屈性: 고향굽성)의 발로(發露)---(1)

지난달(1월)에 평생 처음으로 강원도 양양군의 한 시골 마을(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 다녀왔다. 농촌진흥청이 금년부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민들이 농촌을 더 찾게 하는 사업 (편의 상 테마마을개발사업이라 칭했다고 함)의 첫 행사가 이 마을에서 열렸다.


녹색관광(Green tourism)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녹색관광이란 말의 뜻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Green tourism"이란 말을 검색해보면 ”wild (거칠음 또는 투박함)", 'nature (자연스러움)", “environment (환경)”, "sustainable (지속 가능한)", “tourism (여행)" 같은 말들이 키워드(keyword)인 문장들이 뜬다. 그러면서 소개되는 사진들은 인적이 드문 자연경관들이다.

 




                           http://www.greentourism.org.uk/에서 따옴


녹색관광이란 것을 이런 문장들과 이미지들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 녹색관광은 관광의  대상을 인공이 많이 가해지지 않은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하며, 관광의 전 과정에 환경보존과 지속가능성이 심도 있게 배려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녹색관광에는 이처럼 자기 절제와 단조로움 같은 요소들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녹색관광에도 “eat (먹기)”, "sleep (잠자기)“, ”see (보기)“, ”do (무엇인가를 하기)“, ”buy (사기)“ 같은 요소들도 포함된다. 다음 그림 (캐나다의 녹색여행협회의 홈페이지)이 이를 잘 설명한다.


                                    




              

                                   

관광이란 즐거운 것이고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녹색관광이라고 해서 이런 것들이 충족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녹색관광과 일반 관광 사이의 차이는 관광하는 이가 녹색정신을 가지고 관광을 하느냐 그렇게 하지 않느냐에 있다.


녹색정신이란 무엇인가? 캐나다의 녹색여행연합회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 (Ecological responsibility) ● 지역경제의 활성화 (Local economic vitality) ● 문화적 감각 (Cultural sensitivity) ● 경험의 축적 (Experiential richness)

녹색관광은 반드시 특정된 장소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녹색정신을 구현하는 관광을 하려면 자연스럽게 여행지는 산촌 또는 농어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촌 또는 농어촌을 여행하면 본인에게 의지만 있다면 본의 아닌 생태계교란을 최소화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낙후되었기 때문에 경제활성화를 도와야 할 곳이 그곳이며, 훼손되지 않은 문화와 전통이 있는 곳도 그곳이며, 도시의 일상과 크게 다른 경험을 축적 할 수 있는 곳도 그곳이기 때문이다.


산촌과 농어촌에 살고 있는 국민이 있어야 우리의 문화적인 뿌리가 이어지고 우리의 자연이 베풀어주는 먹을거리 생산능력을 낭비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산촌이나 농어촌에서 문화의 뿌리를 이어가고 우리의 자연이 주는 먹을거리 생산능력을 낭비하지 않는 일에 종사하는 것만으로는 도시민들에 비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을 뿐 아니라 다른 불리함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산촌과 농어촌에 적정수준의 인구가 살 것을 기대하려면 사회는 거기에 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다. 즉 산촌이나 농어촌에 살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상대적 빈곤감 또는 박탈감(剝奪感) 같은 것을 고향을 박차고 떠나버리고 싶을 만큼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돕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노력도 중요할 것이지만 국민 모두의 배려와 참여도 중요할 것이다. 녹색관광은 이런 면에도 그 중요성이 있다.


부(富)가 도시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모든 국민이 도시로만 집중될 것이다. 지금 이미 그런 현상이 심화된 상태이지만  그것이 더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도시민들이 녹색정신을 가지고 산촌과 농어촌을 자주 찾아가 심신의 재충전도 우리 문화의 뿌리도 감지하고 여러 형태의 현지 상품에 대한 고객이 되어준다면 도시의 부가 산촌과 농어촌으로 더 많이 분배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산촌과 농어촌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녹색관광이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몫일 것이다.


작금에 대두되는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는 농산물 생산자로써의 우리 농가를 점점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농가의 소득 보완방안을 찾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그 방안의 하나로 우리 농산물을 질적으로 차별화 하는 방안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오래 동안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녹색관광이 일반화한다면 이는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농가 소득 보완책의 한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녹색관광---고향으로 기우는 심성(鄕屈性: 고향굽성)의 발로(發露)---(2)


각설(却說)하고, 내가 난생 처음으로 민박까지 하면서 하루 반을 지낸 어성전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면 이러하다.


옛날 같았으면 이 마을은 한다는 산골이었을 것이다. 잘 닦여진 길을 버스로 갔는데도 양양 (옛날에는 양양 자체도 한다는 시골이었다.)에서 40분 정도 걸렸다. 설악산과 줄기를 같이하는 산들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다. 옛날처럼 짚신을 신고 걷는다면 양양에서 이 마을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아마도 하룻길은 됐을 것이다.


산에는 소나무들이 들어차 있고, 동해로 흐르는 남대천의 상류가 되는 개울이 있다. 산에 나무가 많아 밭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곡간충적지(谷間沖積地)에 발달한 논들이 이곳 주민들을 부양해온 농토다. 소나무가 들어찬 산에는 송이버섯이 많이 난다고 한다. 개울에는 물고기와 가재 같은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드물다고 한다. 물살이 급해 눈이 많이 쌓인 겨울 날씨인데도 수정처럼 맑은 물이 어름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매우 깨끗함을 느끼게 했다.


이 마을에는 탁(卓)씨 성을 갖는 장사(壯士)의 전설이 있다. 조선 때 대원군이 경복궁을 짓기 위해 전국의 방백(方伯)들에게 좋은 목재를 바치도록 명했다. 방백들은 다투어 좋은 목재를 바치려 했다. 이 마을은 강능과 인접한 양양 땅에 있다. 공교롭게도 강능과 양양의 경계선에 아주 좋은 목재가 될만한 큰 나무가 서 있었다. 자연히 두 지역 사이에 그 나무를 놓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나무를 찍어 쓰러질 때 나무가 쓰러지는 쪽에 속하는 것으로 하기로 합의하고 양  쪽에서 나무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나무는 경계선 위에 쓰러졌다. 하는 수 없이 누구든 혼자서 그 나무를 지고 갈 수 있는 쪽의 나무가 되게 하자고 합의했다. 강능 쪽에서 힘께나 쓴다는 이가 나서서 그 나무를 혼자 지고 가려해 보았다. 그이는 실패했다. 어성전 마을의 탁씨 성을 가진 장사가 시도했다. 성공했다. 그래서 그 나무는 양양군의 이름으로 서울에 바쳐졌다. 그 뒤부터 이 마을은 탁장사가 사는 마을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최근에 탁장사놀이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한다. 무거운 목재를 지게 또는 목도로 나르기. 서 있는 나무를 줄로 당기기, 나무토막 던지기, 화톳불에 감자와 생선 등을 구어 먹기, 군 감자와 생선을 안주 삼아 농주(農酒) 마시기 등.... 마을의 연세 많은 분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에)이 지게질도 하고 목도로 무거운 나무를 운반하는 시범을 보이고 관광관객들 (이번의 관광관객은 각 도에서 이 마을에서 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일을 계획하고 있는 마을 대표와 각급 농촌진흥기관의 생활개선 분야 관계관 등)이 참여하기도 하고....


행사를 마친 뒤에는 배정된 민가에서 저녁을 먹고 마을회관에 모여 이 사업에 대한 자유토론도 하고... 마을의 특산품 (산나물, 버섯, 콩, 장류, 밤, 곶감 등)을 사기도 하고, 양양군 생활개선회의 생산품 소개도 받고 대접도 받고...


마을화관에서의 행사 뒤에는 삼삼오오 각자의 숙소로 정해진 농가로 돌아가 잠을 자고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 하조대로 가 (편도 20 분 정도) 일출을 보고 다시 민박 농가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다른 행사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내게는 민박집에서의 일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른 행사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기 때문에 민박집 주인과는 그리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인상에 남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묵었던 집은 60이 넘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바깥양반은 65세였고 부인도 60 세는 넘어 보였다. 자녀들과 손자와 손녀들 모두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 마을의 총 호수는 45호인데 농사일을 하는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이가 60세라고 했다. 동네 전체에 초등학생이 두 명 있고 이 마을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벼농사를 통해 두 분과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먹고 남을 정도의 쌀을 생산하고 있고 텃밭에서 나는 채소도 부족함이 없으며 집에서 놓아기르는 닭은 두 분이 먹고 남을 만큼 달걀을 낳아주고 아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 닭고기를 대접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민박손님이 있어 다소간의 부수입도 있다고 했다. 요즘에는 기계가 있어 벼농사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다고도 했다. 전기도 있고 전화도 있고, TV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보일러가 있어 방도 춥지 않고 세탁기가 있어 민박손님이 있어도 빨래도 그리 힘들지 않고,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식탁에 오른 반찬은 대부분 집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밭에서 나는 채소와 산나물, 버섯, 도토리묵 등이 식탁에 올랐고 고구마와 감자도 올랐다. 무슨 약초인가를 넣고 만들었다는 막걸리는 특별 서비스로 나왔다.


이 동네에서는 한우는 기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에는 많이 길렀으나 한 때 소 값이 폭락했을 때 모두들 소 키우기를 단념했다고 했다. 이 마을에서는 소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산에 방목하고 겨울 동안만 집에서 길렀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소 기르기가 쉬운 편이었다고 했다. 요즘 소 값이 나아졌으니 소를 다시 길러도 되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소를 기르지 않으면서 몇 해를 살아보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제는 돈도 돈이지만 사람이 편한 것도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물질 면에서 크게 궁핍하지 않고 이웃과 어울려 살기 때문에 크게 외롭지도 않고,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철 따라 산과 들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소산(所産)과 경관도 있고, 사는 것이 예전처럼 그다지 힘들지도 않은 이런 마을은 결코 버릴 곳이 아닌데 마을의 연로하신 분들이 작고하고 나면 이 마을에 살 사람이 없어질 것 같으냐고 물었다. 주인 양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향에 땅이 있으니 도시의 직장에서 퇴직하면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분의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


나는 생각해보았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들이 퇴직 후에 귀향해서 이런 마을을 지키게 된다면 마을의 풍속도는 어떤 것일까? 농사일이 몸에 배지 않은 이들이 농사를 짓게 된다면 그 농사는 어떤 형태의 농사일까? 단절의 공간인 도시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맞은 편 집 사람들 사이에도 속 터 놓고 하는 대화가 거의 없다)에서 살다가 시골로 돌아온 이들이 연출하게될 마을의 문화는 어떤 것일까? 그런 상황에서 필요하게 될 농업기술 또는 경영기법은 어떤 것일까?

퇴직 후에 고향에 돌아가 살게될 때를 위해서도 도시사람들은 젊을 때에도 자주 산촌과 농어촌에 들려 그 문화를 체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녹색관광은 국민 모두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녹색관광, 그것은 산촌과 농어촌의 소득보완이나 도시민의 녹색공간에서의 재충전과 같은 손에 잡히는 (tangible) 것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문화적으로 하나되게 하는 더 차원 높은 것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하루 밤의 민박을 통해 오염되지 않은 사람의 심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심성은 기리 이어져야 할 것임을 마음 깊이 느꼈다. 여관 같지 않은 잠자리 돈벌이를 위해 차려지지 않은 인정이 올려진 식탁, 꾸밈없이 들려준 삶의 이야기, 이런 것들이 내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2002. 2. 12. www.soilove.com 홍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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